Fleeting Beauty, Passing Existence
By Kim Woo-im, Curator of Seoul Museum of Art
One of the devices she uses to lead viewers to discovery is drawing with shadows. A shadow is a suggestion of some existence, but stays somewhere between reality and non-reality as it is not the existence itself. The shadow is also considered something incomplete in that its shape changes every moment and it exists temporarily. The shadow itself disappears eventually. Her shadow drawing is a temporary installation that can exist under the conditions of light since it looks different depending on light conditions. The shadow is a means to represent something vague that exists in a dim memory.
, one work from her shadow drawing series. This work about her parents’ youth before the artist was born brings about vague nostalgia and unfamiliar, awkward emotions simultaneously. This nostalgia is not merely a longing for past days. What she notes is our distorted relationships, lost hopes and expectations. The artist probably reminds us of these emotions with an intention to recover our lost relationships, dreams, and anticipations. Missing – My Parents’ YouthAccording to a survey the artist conducted starting in 2005, many regarded family and friends as the most invaluable thing they had lost in life. Inspired by this survey, she created
Through her work, the artist asks everyone who has forgotten lost valuable emotions to reflect on them. Her questions and suggestions bring us to poignant emotions. Her drawings are like emotional fragments hovering around us. We momentarily become embarrassed in a sweet yet bitter reality of complex yet subtle emotional fragments, but soon except this contradictory reality and our existence within it. This is why we are fleeting beings who are beautiful and happy at a moment as we will soon disappear.
Missing-부모님의 젊음_ 아크릴 위에 바늘, 칼 드로잉, 조명_가변크기_2010
" 나는 이 시절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젊은 모습의 부모님은 흘려버린 나의 지나온 시절처럼 아쉬움과 서운함이 흐른다." -작가노트 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사이의 틈을 다루어왔던 박혜수의 작업에서 실체는 쉽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미지 이면의 어떤 숨겨진 의미를 살포시 드러내고 싶어 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결코 강요하지는 않지만 슬쩍 권유하는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며 사소한 것, 잃어버린 것, 사라져 버린 어떤 것을 환기시키지만 그에 대한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같은 작가의 사고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때로는 소리나 빛으로 때로는 행위로, 혹은 대화로, 어떤 오브제나 장치로, 아니면 공간 그 자체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장치들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어떤 상황을 던져주는 장치들로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맥락으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장치 중 하나는 그림자를 이용한 드로잉이다. 그림자는 어떤 실체나 존재의 흔적이지만, 존재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어딘가에 머문다. 또한 그림자는 빛에 따라 그 형태가 시시각각 변하며, 일시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언가 불완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그림자 그 자체도 역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림자 드로잉은 그야말로 빛의 조건에 따라 달리 보이기에 빛이 작동하는 상황 하에서만 존재하는 일시적인 설치이다. 이런 그림자야말로 이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련한 것들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장치이다.
2005년부터 진행된 설문프로젝트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와 같은 가장 가까운 이들을 '삶에서 잃어버린 가장 아쉬운 것'으로 꼽았다. 이에서 시작된 그림자 드로잉 연작의 하나인 이번 작업 <Missing-부모님의 젊음 >은 작가의 부모님을 그린 것이다. 작가가 태어나기도 전의 꿈 많고 젊었던 시절의 부모님은 아련한 향수와 낯설고 생경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는 단순히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향수도 아니다. 사람들의 일그러진 관계, 잃어버린 희망, 기대. 그런 것들이 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아마도 잃어버린 관계, 꿈, 기대와 같은 긍정적인 감성을 회복시키고 싶어서 질문을 던지고 그런 감정을 다시 떠올려보거나, 생각해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반문한다. 이런 잊고 지내왔던 잃어버린 소중한 감성들을 누구나 갖고 있지 않느냐고. 그것을 살며시 들추어보기를 권하고 있다.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를 들추어내는 작가의 질문과 권유는 때로는 우리를 알싸한 감정으로 이끈다. 작가가 그린 드로잉-장치는 결국 감정의 조각들로 바뀌어 우리 주변을 맴돌게 되는 것이다. 달콤 쌉싸름한 현실과 복잡 미묘한 감정의 조각들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고 당황하지만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과 우리 자신을 결국 인정하게 된다. 사라지고 일시적이기에 아름답고 행복한 찰나의 존재.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이다.
-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