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소장품 展_과천국립현대미술관_2013.10.2~12.31

soo 2013.10.07 18: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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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s Time_2009_stainless steel, loudspeaker,sound, weathercock,light_130*130*300cm 

아버지의 시간_확성기, 스테인레스스틸, 풍향계,sound,,조명_ 130*130*300cm 2009

 

On a certain day,

The number of things my father became curious about, grew.

When the rain would come,

Which way north was,

Where the wind was blowing from.

And

What his youngest daughter was doing.
 

 

미디어 소장품 특별전(2013/10.2-12.31)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원형전시실
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menuId=1010000000&exhId=201304050002912

 

퐁피두센터미디어 특별전 비디오 빈티지 전시와 함께 진행중입니다.
2009년 project Dialogu-Archive(소마미술관)에서 선보인 설치작업 '아버지의 시간' 이 전시중입니다.
원래 작품은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에게 자신의 어버지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위로곡을 조사해서 야외공간에서 play 했었는데, 작품을 판매를 하면서 음원의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제가 저의 아버지께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 대니보이를 편곡한 곡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에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때였고,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느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진행하던 '대화'프로젝트때문에 종묘공원의 할아버지들의 대화도 마찬가지였구요.
근처 들리실 일 있으면 함 들러주세요.
 
 

작품 관련 글>

종묘


이상하게도 겨울의 추운 바람보다 봄의 찬바람이 더욱 춥고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그렇게 보기 좋게 봄의 기대를 저버린,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어김없이 종묘에 나와서 그래도 봄이라고 봄볕을 쬐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조그마한 두 할아버지의 대화를 잊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 1: 시간이 도통 안가. 죽겠어. 눈 떠서 운동하고, 변보고, 신문 꼼꼼히 읽고, 수첩 정리까지 다했는데 아침 9시야. 목욕까지 갔다 오면 한 10시.... 젊을 땐 그렇게 시간이 모자라더니만, 차
라리 모자란 게 낳지, 무슨 사형수처럼 죽는 날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어. 
할아버지 2: 뭐 다 그렇지. 그렇게 할 일 없이 시간만 있는 노인들이 죄다 여기 나와 앉아 있는 거고.
할아버지 1: 아이들 뭐하나 집에 걸어보면 왜 자꾸 전화 하냐고 그러기나 하고 말이지. 
할아버지 2: 누가 그래?
할아버지 1: .....막내 딸이.

 

동네 맘씨 좋아 보이시는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두 분의 대화에서 차갑게 몰아붙이며 매섭던 봄바람에도 견디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난 2남 2녀의 막내딸이다. 막내딸이란 존재가 아버지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마 다른 자식이라면 몰라도 아버지들은 막내딸에게서 만큼은 무너지지 않은 언제나 든든
한 존재이고 싶을 것이다. 아버지를 끝까지 아빠라고 부르는 존재가 바로 막내딸이다. 그런 막내딸에게 ‘자꾸 전화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버지의 심정이란, 당장이라도 그 막내딸을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식들 뒷바라지에 삶에 지쳐있을 한 중년부인을 떠올리니 모든 들이 다 이해가 가고 또 서글펐다.

 

이 대화를 바탕으로 2009 인천여성비엔날레에 참가한 여성작가들과 관객들에게 ‘당신의 아버지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추천곡들을 모아 의자를 겸한
확성기 구조물을 통해 play 한 작업이 <아버지의 시간-딸들이 아버지께> 란 작품이다. 
사람들이 추천한 50여곡의 세계 여러 나라의 곡들을 찾으면서 느낀 점은 멜로디들이 참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미자나 심수봉의 노래들로 떠올릴법한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이 가슴 저미
는 음들이 자식들로 하여금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나보다. 
그러면서도 오늘도 현관까지 배웅 나오시는 아버지께 안 해도 되는 말대꾸를 하고 나오는 나를 보며 역시 막내딸들은 못된 년들이다.

 

 

-에세이 <What's Missing>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