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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1233393 2021.05.05 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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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전에 받은 생일 선물이 핑크색 돼지인형 

지금은 본가 내 방에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는 곰돌이 두 마리 (아빠가 사주신) 가 성인된 이후 내 애착인형이 되었다.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채린이 하교길 데리러 가야한다는 말이 마지막 말이었다고 한다. 살면서 받은 무한하고 조건없는 사랑을 할머니께 받았다. 이제는 점점 그런 사랑을 받을 나이보다 주어야할 나이로 가고 있는 중이다. 사랑의 대상은 다양하겠지만 한정적일 것이고 구체화 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하지만 모성애가 강한 편인 나는 최선을 다해 양질의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좀 슬프다. 마냥 편하고 좋고 예쁜 인형이 아니라 옛날 추억이 생각나서 감정이 조금 묘하다. 낡고 빛바랜 내 오래된 동물 인형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엔 불안함 초조함 속에서 내 중심을 잃지 않고 최대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한 순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튼튼한 기둥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내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내 두 마리 곰 인형들이 

10년 뒤에는 또 내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 무섭고도 슬프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