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망각수
나의 시간은? 타인의 시간은?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은?
샘표스페이스, 박혜수 개인전 '시간의 숲' -이동권 기자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찾아와 맘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살아있는 대안공간' 샘표스페이스가 개관 2주년을 맞아 특별한 생일잔치를 준비했다.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작가 박혜수 씨의 개인전 '시간의 숲'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 박혜수 씨는 "작품을 통해 시간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너무나 평범하고 특별할 것도 없이 습관처럼 흘러 가버리는 시간은 느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변화까지도 감지하지 못하고 써버리는 시간이 인생의 70~80%라는 것.
그러면서 박 씨는 "매 순간 의미를 생각하고 곱씹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 너무 잊고 지내지는 말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작품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천시 매곡리 샘표공장 내 샘표스페이스에서 3월 31일 부터 5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시간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평행선에 놓인 사람들의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박혜수 개인전 '시간의 숲' 대표작품 소개
전시회 '시간의 숲'에서 가장 독특한 점이 있다면 전시 공간이 공장안 심장부라는 것.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범한 일상'에 갇혀 있는 노동자들에게 '시간의 숲'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다. 이 전시회를 통해 시간과 노동의 가치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매달려 보았으면 한다.
망각수
시계 무브에 연결되어 있는 이름 적힌 종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병 속의 물에 잠긴다. 종이 위의 이름들은 물과 섞여 희석돼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의 농도는 짙어지고 그 물들은 조명박스가 연결된 둥근 홀로 한 방울씩 떨어진다. 물에 희석되어 녹아버린 이름들은 망각된 기억들과 같다. 깊은 우물 같은 기억을 바라보는 느낌, 아니면 지금은 닿을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먼 곳의 달을 보는 느낌이다.
시간의 언어
길을 잃은 숲 속에서 지도를 보며 길을 찾듯 '시간'이라는 끝도 답도 없는 항해로 동참한다. 시간에 대한 언어, 특히 시간을 주제로 다룬 시에서 묘사된 언어를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크기의 글씨로 적어놓았다. 그리고 확대경을 움직이며 커다란 화면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