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퍼펙트패밀리 '패스파인더' 쇼케이스 (2022. 11_클럽 온에어)
메타 파라다이스: 메타 커뮤니티
정시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퍼펙트패밀리
메타 파라다이스는 모바일 앱 쿤트라(A.k.a. 히든오더)에 설립된 ㈜퍼펙트패밀리의 본사이다. 가상의 회사인 ㈜퍼펙트패밀리는 ‘메타 파라다이스는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서비스를 체험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대안을 현실 세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대다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용자가 현실에서 도피해 가상 세계에서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하는 것에 무게를 둔다면, <메타 파라다이스>는 역으로 가상의 경험이 현실 세계로 확장되길 기대하는 부분에서 그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
<메타 파라다이스>는 사회 제도에 관한 메타적 접근으로 전통적 가족관을 비판하며 다양한 시각예술 형식을 실험하고 있는 박혜수 작가의 <퍼펙트 패밀리>(2019)의 연장에 있는 작품이다. <퍼펙트 패밀리>는 프로젝트가 하나의 형식이나 서사로 귀결되기보다는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며 프로젝트 로드맵을 2030년까지 긴 호흡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인데 이렇듯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식은 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미디어 프랜차이즈와 형태적 유사성을 보인다. 리서치, 세미나, 쇼케이스,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이루어진 <퍼펙트 패밀리>의 결과물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형태에 맞춰 재구축되어 아카이브이면서 동시에 체험 가능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 쇼케이스
스튜디오 수박(박혜수)은 행사를 ’쇼케이스‘로 지칭하고 있다. 쇼케이스는 주로 산업 일반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며 동시에 평가받는 행사인데 화이트큐브를 지지체로 전시 형태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시각예술의 일반적인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메타 파라다이스 쇼케이스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클럽 온에어에서 개최되었는데 오프라인 전시에 초점을 맞추고, 온라인 콘텐츠나 토크 프로그램이 부가적으로 연계되는 시각예술의 일반적인 발표 형식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쇼케이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하는 요소인 사운드트랙을 현장에서 연주하거나 ㈜퍼펙트패밀리가 보유한 모델(퍼포머)을 소개하고, 행사 현장에서 쿤트라 플랫폼에 접속해 술래잡기하는 등의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문화에서는 IP(Intellectual Property)를 재생산하거나 콘텐츠를 이루는 요소를 하나의 독립된 이벤트로 분리해 즐기는 문화에 익숙한 것에 비해 시각예술은 비교적 경직된 방식으로 감상이 이루어짐을 고려했을 때 신선하게 다가왔다.
- 메타버스
메타버스 비즈니스의 핵심은 제공된 플랫폼에 사용자가 최대한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실을 재현하거나, 초현실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신의 그래픽, HMD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본 프로젝트는 쿤트라 플랫폼을 아카이브이면서 동시에 재현하기보다는 재구축된 가상 현실로 제안한다. <메타 파라다이스>는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현실과 가상을 스마트폰 매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장점이자, 한계점을 가진다.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배포함으로써 접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퍼펙트 패밀리>의 세계관을 숙지하지 않은 관람객이 즐기기엔 <메타 파라다이스>가 독립적인 예술 작품, 혹은 게임으로 기능하기 힘들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 대안적 공동체
대안적 가족, 공동체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해 광범위한 리서치와 형식 실험을 지속해오던 박혜수작가의 <퍼펙트 패밀리> 작업에 등장한 가상의 회사 ㈜퍼펙트패밀리를 방문하고 싶다는 관람객의 요청으로 메타 파라다이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쿤트라에 설립되었다. 가상성과 가족주의는 어떠한 방향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은 인공적으로 배양된 아바타에 영혼을 전송해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과 동일한 종으로 새로운 신체를 얻고, 통과의례를 지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공동체로 인정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현실과 가상 양쪽에 존재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영화 <아바타>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은 ’가족‘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넘어 다양한 구성원의 결합을 통해 기존의 가족주의를 비튼다. 할리우드식 가족은 자본주의의 사회적 비용을 가족에게 떠미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한국의 가부장과 혈연주의에 기반한 가족은 일종의 계급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 작동한다. 혈연집단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경계 없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전통적 가족 공동체를 탈주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반면, 단순히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유입으로 만들어진 허울뿐인 구호에 불가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관계에 수반되는 성가신 일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퍼펙트 패밀리>의 관람객이 퍼포머(모델)가 제시하는 거래 조건에 응해야 대여가 가능한 것처럼 대안적 공동체는 일종의 교환 가치에 기대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메타 커뮤니티
<메타 파라다이스>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해 유통함과 동시에 프로젝트가 기존 시각예술의 틀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다만, 시각예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사회 실험에 가깝게 느껴지지만, 반대의 관점에서는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 메타버스가 예술에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일지, 하나의 마케팅 문구에 불과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상성에 기반해 형태를 변형하고, 확장성을 가져가는 <퍼펙트 패밀리> 프로젝트는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프로덕션 측면에서 하나의 예시로 기능할 수 있다. <메타 파라다이스>가 ‘다양한 실험과 대안을 현실 세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한 것처럼 메타버스가 단순히 체험하는 것을 넘어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양방향에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용한 매개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