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필름 퍼포먼스 <증발자들>_시연공연_2023_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이거 대체 왜 한 거예요?”
이번 시연 공연을 마치고 친한 지인이 건넨 말이다. 사실 저 말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인지라 ‘이 녀석, 도사네’ 싶었다. 이번 작업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라이브필름 퍼포먼스’라는 기술(?)을 반드시 써야 했고, 서울에서 공연장이 구해지지 않아 결국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처음 만나는 기술팀과 부족한 예산, 비전문적인 환경인 탓에 ‘이걸 계속 해야 할까?’를 정말 진지하게 여러 번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수차례 이 작업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았지만 그때마다 이 작업은 스스로 존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차선책을 찾아냈다. (이쯤 되면 작품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역시 연극 대본은 처음 쓰는 거라 분량과 구성 등에서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공연 3주 전에 배우들과 처음 리딩을 하던 날, 3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분량에 나도 배우들도 난감했고 일주일 만에 대본 40%를 날려버렸다. 급한 시간에 억지로 분량을 날리다 보니 개연성에서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배우들 연기만 믿었다. (이번에 정말 배우들 덕을 크게 봤다)
신작을 하다 보면 어떤 작업은 무슨 일을 해도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작업은 하지 않을 이유를 애써 찾아도 일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한번 이 작업이 어떤 의지를 가졌는지’를 두고 보는 편을 택한다.
2019년에 발표한 작품 ‘퍼펙트패밀리’는 홈페이지, 광고물, 출판, 설치, 퍼포먼스, 사진, 메타버스, 웹설문, 다큐멘터리 등으로 매년 확장되었고, 2022년 PAL 22에서 발표한 ‘휴먼렌탈 서비스’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재밌던 경험을 한 것 같다. 그 10일 동안 작은 사무실에서 배우들과 즉흥극을 구상하던 시간이 마치 연극과도 같았지만 이 상황극은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상황극 퍼포먼스는 1:1로만 진행되며, 신청자의 동의하에 사진기록 정도 남길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받는 사람들은 너무 재미있지만 전시로 보이기에 마땅치 않음... 그 아쉬움이 이번 공연을 하게 한 이유였고, 극이 된다면 시각 예술가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장르가 ‘라이브필름 퍼포먼스’였다.
비록 시연 공연이었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만약 이번 시연 공연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면 아마 이 고생을 다시 하고 싶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여러 부족함이 보였고, 바뀐다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고, 그것이 다시 나를 기대하게 한다.
최근 가진 한 작가 인터뷰에서 ‘작업의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물었던 적이 있다.
내 작업 활동의 원동력은 늘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책임감 그리고 부족함에 있다.
이렇게까지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진 작품의 부족함이 채워질 때 보여줄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여기에 기꺼이 동참해 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조만간 이 작품이 완전체로 많은 이들을 만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