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좋아하던 애착 물건들이 생각났어요.
모두 지금은 애착이 없습니다.
다섯살인가 어린 나이에도 백화점에서 신자마자 벗지 않았다던 운동화,
경주 여행에 들고갔던 리자몽 프라모델,
큰아빠가 주셨던 페라리 미니카.
신발을 빼곤 모두 집에 있지만 예전같은 애착은 없어요.
분명 무언갈 붙들고 살았는데 지금은 무얼 붙잡고 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철썩같이, 의심없이 좋아하는 것이 갈 수록 줄어들어요. 그래야 나를 지킨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천장은 처음엔 그저 보라색 파이프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서글퍼졌어요. 커튼 밖 사람들이 나를 빼곤 모두 사이좋은 것 같이 보여서, 내가 잘못 초대받은 사람같아서, 내가 뭔갈 잃어버린 것 같아서 서글펐습니다.
애착인형도 열심히 만져보았지만 기시감이 느껴졌구요.
어릴 때 만졌던 인형 눈깔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형 내부의 어떤 공간에 내가 여전히 닿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도 인형 눈깔 뒤, 인형 안 사각사각하는 내용물의 느낌 그런걸 좋아했거든요. 그 닿지 않는 감각 겉에서 만지는 감각이 좋기도 하고 채워지지않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착이 없이도 살 수 있는걸까요. 애착이 있는데 모르는 걸까요. 애착이 분명히 있는 것도 같은데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