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현재에 달려있다고 선택한 관객
전시장에서 B'현재'를 택한 관객들은 진료실에 들어가 천정에서 발견한 것 또는 애착인형 그림자 놀이를 하고 기록 사진을 게시판에 업로드 했습니다.
B 파트 퍼포머로 참여하신 성유미 원장의 짧은 해설들을 함께 살펴보실 수 있으며, 2021년 9월부터는 일부사연만 남기고 업로드된 게시글은 삭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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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탈 수 있는 신나는 기회가 생겨서 처음으로 달 구경을 하러 갑니다
엄마는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돼지 인형을 주었어요 그때는 열 세살이면 다 컸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졸업식에서 혼자 인형을 안고 있는데 조금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중학생이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보드라운 돼지 인형을 꼬옥 껴안았어요 엄마만큼 따뜻했지만 엄마처럼 무슨 일이냐고 묻지않는 돼지 인형이 좋았습니다 살아낸다는 것은 사실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자주 그 돼지 인형을 다시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렇게 버텨낼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는 때도 있어요 근데 좀 지나고 나면 떡볶이를 시켜서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잘 버텨내는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도 해요 고작 떡볶이를 시켜먹고는 기분이 좋아지는 내 스스로가 좀 귀엽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왜 힘들어 했는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사는 건 너무 재미있어요 다이어트에 고통받는 딸에게 전화해서 아이스크림은 살 안찐다고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는 아빠 얘기를 듣는 것도 즐겁고 이렇게 더운데 어딜 자꾸 나가서 놀자고 하는 엄마도 너무 귀여워요 다섯해전 죽은 강아지를 떠올리는 일도 슬프지만 즐거워요 회사가는 길 아침 하늘도 화창하고 씩씩하게 길을 걷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요 가게 가판대에 나와 사람들의 손을 기다리는 과일들도 반짝거려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처음하는 일들이 많은 것도 너무 행복해요 그럼에도 울컥 찾아오는 슬픈 마음은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