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어떤 꿈들은 현실이 되고, 또 어떤 꿈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버려진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박혜수(37)의 '꿈의 먼지'전에서는 남들의 꿈을 통해 '내가 품은 꿈은 어떻게 되었나'를 짚어볼 수 있다. 금호 미술관의 젊은 작가 발굴 프로그램 '금호 영 아티스트'의 2010년 선발 작가전의 일부다.
▲ 누군가 버린 꿈이 적힌 종이 조각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꿈의 먼지’방 안에 선 박혜수. /곽아람 기자
박혜수는 전시에 앞서 300여명을 대상으로 '버린 꿈'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중 '버린 꿈'을 추려 전시장 입구에 놓아뒀다. 관객은 전시장 입구에서 '버린 꿈'을 하나씩 집어서 안쪽 방으로 향한다. 35평(약 115㎡) 크기의 방엔 남들이 버린 꿈의 내용이 적힌 종잇조각이 산을 이루고 있다. 관객들은 방 안의 파쇄기에서 남들이 버린 꿈을 파쇄한다. 그리고 그 옆의 전동 타자기로 자신이 버린 꿈을 종이에 쳐 놓고 나온다. 이 꿈들도 언젠가는 다른 누구에 의해 파쇄될 것이다. 방에서 나온 관객들은 '지금 당신의 꿈은 어떤가요?'라는 설문에 답해야 한다. '꿈 때문에 힘들다'라고 답한 관객들에겐 정신과 의사가 만든 자가진단 설문이 제공되며, '누군가 내 꿈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관객들은 온라인으로 타로 카드점을 볼 수 있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박혜수는 2009년 '다이얼로그'전 등을 비롯해 줄곧 타인과의 소통에 관심을 가져왔다. 박혜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 학생들로부터 '꿈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과연 사람들이 어떤 꿈을 품었고, 버렸는지를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4일까지. (02) 720-5114
-2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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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금 당신의 꿈은 어떻습니까"..박혜수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금호미술관의 젊은 작가 발굴전인 '금호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이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네 명의 작가가 각각 한 개층을 이용해 개인전 형식으로 꾸민 전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층 전시장에 마련된 박혜수(38) 작가의 '꿈을 찾는' 작업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생각하기, 걷기, 그리고 답이 없는 질문으로 대화하기"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꿈'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대화를 시도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버린 꿈'을 써놓은 종이들이 놓여있다. 작가가 지난해부터 사람들을 대상으로 '버린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묻고 그 결과를 정리해놓은 종이들이다.
사람들이 '버린 꿈'들은 가지각색이다. 그 중 32세 여성 회사원은 '돈 많고 학벌 좋고 성격 좋은 배우자'를 얻겠다는 꿈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저 중에 하나만 되도 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30살이 넘으니 소개팅이나 선에 나오는 남자들을 보면서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 꿈을 포기한 이유였다.
'버려진 꿈'이 적힌 종이를 뽑아들고 안쪽 방으로 가면 종이 무더기가 산을 이룬 공간 속에 파쇄기가 놓여있다. '버려진 꿈'이 적힌 종이를 파쇄기에 넣으면 다시 종이 무더기 위에 쌓인다. 자신의 꿈 역시 현장에서 전동타자기에 적어 바로 파쇄할 수 있다. 버려져 쌓인 꿈들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꿈의 먼지'다.
작가는 전시 기간인 오는 16일에는 직접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은 '지금 당신의 꿈은 어떤가'라는 작가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미리 주어진 네 가지 답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객은 작가와 점술가, 정신과 의사 중 한 명에게 안내되고 꿈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잊고 있던 꿈을 찾아주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재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은 작업들은 앞으로 작가의 행보에 관심을 두게 한다.
이 밖에도 기계적 구조물과 건축물 등 현대 도시 공간을 그리는 이재명(30)과 빛의 이미지를 합성수지 점토로 표현하는 이지숙(29), 개인적인 이야기를 제의, 의례 같은 분위기의 장면으로 그려내는 오용석(37)의 작품이 오는 24일까지 전시된다. ☎02-720-5114.
-연합뉴스 (2011.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