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본 영화중에 가장 유머러스하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예술계의 현실을 고발한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티인 뱅크시(Banksy)가 감독한 작품으로, 그의 작품은 이제 유럽을 넘어서 세계의 거리 구석진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처음엔 그저 뱅크시에 대한 거리예술(Street Art)과 작품의 메세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라고 예상했는데,
대부분의 거리 예술가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신념과 자유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저항을 목적으로 한다. 반달리즘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서구 사회의 경우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장르에서 그가(뱅크시) 돋보이는 건 자신의 메세지에 걸맞는 장소를 찾아 가장 적합한 내용과 자신만의 이미지로 과감하게 행동한다는데에 있다. 그리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로인해 유명세를 기대하거나 대단한 작가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항상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숨어서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단 이들이 전하는 반사회, 정치적인 메세지 뿐 아니라 1~2일이면 사라져 버릴, 언뜻보기엔 아무의미 없어 보이는 짓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용기에 열광한다. 영화초반엔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들 street Artist들의 활약상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Space Invader가 사실은 이 멍청한 Thiery의 친척이다.)
점차 과감해지는 작업활동과 내용으로 사람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된 뱅크시가 습관적으로 카메라로 매순간을 기록하는 Thiery에게 Street Artist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문제는 발생한다.
예술적 안목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는 Thiery가 만들어 온 엉망인 film을 보고 뱅크시는 비디오 촬영 그만하고 직접 Art를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 멍청한 놈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 단숨에 수십년간 활동해온 Artist 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영화의 후반부에 담고 있다. 그 과정이 정말 웃긴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일어나는 Real 이라는 점이 더 기가막힌다. )
이 멍청하고 감각없는 놈이 몇년동안 쫒아나니며 알게된 Artist들의 작업 노하우를 아무렇지않게 copy해 가면서 Pop Art와 Street Art를 운운해가며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의 실패를 어렵지않게 짐작하게 된다. 그의 조력자들 역시 그의 전시회를 도우며 이 전시가 Thiery의 마지막 전시가 될 것이라며 비아냥거리지만, 놀랍게도 그의 전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그를 백만장장로 만들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중들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봐도 쓰레기인 작품인데 마구 칭찬을 해댄다. 마치 신데렐라 언니에게 구두가 맞아버린 그런 황당한 기분이다.)
Street Art의 핵심이라고 할 수있는 게릴라성 성격이나 강력한 반사회적 메세지가 빠져버린 Thiery의 작품에 대중들이 열광을 하면서 그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했지만 그의 실패를 예감했던 현역 Street Artist들은 고민에 휩싸인다.
"과연 어떤 길이 옳은 길인가?"
원래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에 여지없이 반응하는 대중들은 또 어떤 존재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자신들은 또 뭐란 말인가.
Space Inv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