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코로나 사태가 다시 대유행으로 번졌다. 이제는 주변 아는 사람들 중에 확진자 소식이 들릴 정도니 전염병이 생활주변으로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대유행은 일어날 일이었다. 올해 초 많은 전염병 전문가들은 하반기 대유행을 대비해야 하고 백신이 나오기 까지 대유행의 시기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는가가 관건일 뿐, 피할 순 없다고 예상했다. 결국 ‘누가 그 폭탄에 불을 지필까’가 문제였고, 결국 5달 넘게 지쳐있던 사람들이 의지해 오던 교회가 불씨를 당겼다.
우연히 자리한 작가 모임에서 한 젊은 작가가 말한다.
“제가 1호가 될 순 없어요.”
사람들은 전염병에 걸리는 것 보다 자신이 그 집단의 ‘처음’이 되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 ‘공포심리’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이며 감염병과 관련된 두려움 보다 높다는 기사는 사실인 듯했다.*
전염의 실체를 알 수 없는 n차 감염이 늘고 있다. 실체도 모르고 해결책이 없어서일까. 사람들은 공포와 비난을 쏟아낼 대상을 찾아 혈안이 돼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금의 불편과 일상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희생양을 찾아 낙인을 찍고 폭언을 쏟아낸다. 혐오를 혐오하는 저들 또한 혐오는 아닌지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매운탕 집이 졸지에 ‘코로나식당’이 되고, 사람들은 이름이 아닌 숫자로 명기되어 동선이 공개됐다. 물론 다수의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개인정보들이 공개되면서 이 모든 비난을 한 몸으로 받게될 사람들은, 그들의 삶은 어찌하는가.
이미 인터넷에도 ‘코로나 매운탕’으로 검색이 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유지해온 지역 맛집이란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다. 주인들은 연일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다행이 몸은 나았으나 이들이 얻은 마음의 병은 백신이 나온다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는 언젠가는 정복이 될테지만, 사람들이 만든 낙인과 혐오는 낫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1호가 될 순 없다’고 소리친다.
어쩌면 코로나는 예상하지 못한 21세기 첫번째 팬데믹이다. 그리고 2020년 우리는 그 첫번째 재앙을 겪고 있는 첫번째 사람들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처음’은 그렇게 주어진다. 예술가들의 두려움 중 하나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는 흰 캔버스인 경우가 많다. 처음 긋는 선의 상징성 때문이지만 작품의 성패는 오히려 첫번째 그은 선 이후에 어떻게 전계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모두가 ‘처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처음이 아니라, 그 다음이다.
앞으로 수차례 닥칠 제2, 제3의 팬데믹에서도 사람을 전염병으로 만들게 아니라면, 전염병과 사람을 분리해서 봐야만 한다.
병은 퇴치하되, 사람들에겐 상처를 남기지 말자, 제발.
2020. 8.31
* ‘망해버려라, 당장 떠나라” 끝없는 비난… 갑자기 죄인이 됐다’_김지윤기자_동아일보_2020.8.29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29/102697134/1